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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20년 만에 다시 와본 감동의 평양냉면 '을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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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평양냉면

서울특별시 마포구 숭문길 24

 

 


회상

 

시간은 바야흐로 20년 전

 

공덕은 재개발 지정구역(?)이었기에

주거민이 매우 적었었고

래미안 아파트가 신축 건물이었고

그 옆엔 상록아파트

더 위엔 달동네가 존재했고(내가 살던)

새로 지어진 마포문화센터에서 뛰어놀며

병설유치원과 용강초등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

 

 

 

 

입맛도 어리고

고기를 좋아했던 어릴 적 난

 

외식을 할 때면

대흥역 가는 갈림길에 숯불 고깃집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고기는 비쌌기에

어머님께선

같이 갈 곳을 찾다가 '을밀대'로 우리를 데려가셨다

 

'사람이 쫌 있어서 맛있겠지'라는 추측으로

누나와 날 데리고 가셨다고 한다

 

어머니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어찌나 안 먹으려 했는지 많이 힘드셨다고 하셨다

...

 

 

맛대가리 없었던 희미한 기억밖에 존재하지 않아

왜 여기가 맛집이지? 라는 의아함만 남아있던

그곳

 

어른이 되어 오랜만에 다시

혼자

'' 냉면집을 들리게 되었다


기다림

 

 

예전부터 여기 길은 좁았다

그러기에 주차할 곳을 반드시 찾아서 오길 바란다

 

어렸을때 기억엔

주민센터로 게임하러 갔던 기억만 있고

냉면집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애초에 이 길은 먹을 게 없었다. 사람도 없고 그냥 출근길)

 

(하... 나 때는 걍 먹었는데)

여기는 아날로그 방식 웨이팅 택하고 있다

아직은 덥지 않은 초봄 날씨에도

줄을 서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냉면집이라 회전율이 빠르니

줄이길다고 당황해하지 말자


메뉴

 

한자 8급

 

 

혹시 이 글을 웨이팅 하면서 보고 있다면

미리 뭐 먹을지 정하고 들어가자

(녹두전은 불호가 거의 없이 매우 맛있다)


입장

 

 

기구들만 현대화

대충 20분 정도 기다리니 들어왔다

혼자 와서 빨리 들어간 것도 있지만

20-30분 정도 걸리는듯하다(이른 저녁 기준)

 

구석자리

 

혼밥 하러 와서

문 앞

벌 서는 책상처럼 생긴 자리로

소개해 주셨다

 

왼쪽 문은 열리지 않는듯하다

 

 

50년 전통식당답게

내부엔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장식들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위생이 안 좋거나 하는 건 전혀 없었다

 

그냥 구경만 한 양념통들

사이드엔 간해 먹으라는 양념통이 존재하는데

평냉중에 간이 조금 있다 알려진 을밀대 냉면은

그냥 먹는 게 국룰이다(물론 취향 차이..)

 

 

약간의 사골 기름

 

입장하면 뜨듯한 육수 먼저 주신다

냉면육수인듯하고

은은한 고기 향과 맑은 고기 육수 맛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느낌을 알려드린다면

 

향은 돼지국밥집 갔을 때 냄새이고(육향)

맛은 한두 번 우린 사골 육수 맛 같은

고기를 먹고 뜨거운 물을 마신 맛 같은

 

디스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 맛이다

그래서 맛있다 정말로 정말 맛있다


녹두전

12000원

주문은 냉면에 녹두전을 주문하였고

녹두전이 비교적 빠르게 나왔다

 

진짜 존맛
 

 

 

식감

 

녹두전은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매우 크리스피 했고

안에는 고기의 육즙이 가득했다

 

진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정도 바삭하냐면

콘푸로스트? 같은 바삭함이다


젓가락으로는 안 찢어지는 바삭함
 

 

 

 

녹두전보단

육전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호불호가 없는 육전 맛이기에

반드시 시켜서 먹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평냉 맛없으면 이거라도 먹자)

 

녹두전과 따뜻한 육수를 같이 즐기면

맛이 배가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평양냉면

15000원

냉면은 기본으로 시켰다

양 많이, 얼음 빼고(거냉), 얼음 동동(?) 이런 것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냥 '냉면 주세요'로 주문하였다

냉면모습은 다데기가 안 올라간 밀면처럼 보인다

 

반계란..

 

고명으론

배, 수육, 오이, 무 절임, 계란 반개

이렇게 있다

 

 

면은 냉면에 비하면 굵은 편이고

메밀면이지만 전분을 쫌 섞었는지

쫄깃함을 유지하고 있다

 

절대 질기지 않고 그렇다고 툭툭 끊기지 않는 그 쫄깃함

은은한 맛을 가진 평양냉면에 딱 어울리는 식감이다

 

기계로 면을 뽑지만 메밀면 특유의 불규칙한 모양

 

 

 

사람들 말론 은은한 메밀 향도 난다는데

그건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어요...

 

 

다른 평양냉면집에 비하면

앞서 말했듯이 간이 있는 편이다

간이 쌘 편이 아니라 '있는'편이다

 

맑은 사골육수에 향과 감칠맛과

시간이 지날수록 무 절임의 양념이 스며들어

끝엔 간이 약간 생긴

두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평양냉면은 걸레 빤 맛이라고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 먹기엔

'을밀대'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쪽이지 않을까 싶다

 

굳이 굳이 비교하자면

제주도 고기국수맛?

맑은 돼지국밥맛?

 

 

고기랑 싸먹으면 육향을 더해 쫄깃함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그 외 밑반찬

 

밑반찬으론

 

겨자는 벌칙용으로만
 

 

 

김치 겨자 그리고 녹두전을 시키면 나오는 간장이 있다

 

김치가 매우 맛있다

약간 아주 약간 숙성된 겉절이 느낌이다

 


총평

 

 

만약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타의로 경험을 얻기 위해 갔다면 실망할듯하고

자의로 경험을 얻기 위해 갔다면 만족할듯하다

 

+a

을밀대 만의 육수와 은은한 감칠맛과 육향을 기대하고 간다면

맛있는 평양냉면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완냉

생각

 

 

자극적인 것만 찾던 어린 시절에서

이젠 지쳐 담백하고 건강한 맛만 찾는 어른이 된 것처럼

 

'을밀대'의 평양냉면은

어린 시절 맛없게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먹을 땐

은은한 향과 깊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 평양냉면을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 앞에서

맛있게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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